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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침묵

거룩한 침묵 나는 주의 종이다

이정근 2018.12.13 15:25 조회 수 : 118

 

나는 주의 종이다. 주께서 가라 하시면 가고 오라 하시면 올 뿐이라. 백부장의 칭찬받은 믿음처럼 주의 말씀을 명령으로 받든다. 나 영혼과 마음과 썩어질 육체까지도 모두가 주의 것이 되기를 소원하였노라.

무익한 종일지라도 날마다 주의 발을 씻기는 기쁨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에 당신께서 거하고 계시는 장막을 떠날 수가 없었다.

나실인처럼 하나님께 바쳐진 인생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주님께 바쳐진 인생의 길은 오직 인자의 고난의 길과 맞닿아 있을 뿐이다.

하나님의 진노의 날, 멸망당할 한 영혼의 절망을 향해 당신께서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당신의 눈물이 흘러가는 곳으로 나도 그렇게 따라 왔노라.

당신의 눈물이 강물 되어 흘러내린 그 언덕까지 따라 왔습니다. 어느새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었고, 보혈의 강물 되어 흘러내리는 그 십자가 언덕에서 심한 통곡과 눈물로 외치셨습니다.

심히 번민하고 죽게 된 심정으로 부르짖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이 가능 하시오니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가게 하소서.”

아버지께서 주신 죽음의 잔이 이번 유월절을 지나 다음 유월절이 되기를 구하셨다. 이는 때와 기한은 변개시켜 주시기를 구한 것이다.

하늘의 천사들도, 이 세상 누구도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발을 씻겼던 무익한 종도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당신께서는 한 날의 괴로움을 채우고도 모자라서 남은 고난을 머리끝부터 발뒤꿈치까지 채우고 싶었습니다. 고난으로 순종을 배우신 인자의 길, 아버지를 향한 당신의 경외함과 사랑 앞에 섭니다.

어쩌면 멸망당할 인간과 더 함께할 수 있기를 청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나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고난을 사모하셨습니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비밀입니다. 성령께서 보여주신 당신의 고난과 죽으심의 비밀입니다.

나도 당신처럼 그렇게 살고 죽고 싶습니다. 당신을 위해 고난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비밀 또한 당신을 향한 사랑이었습니다. 영원히 죽을 수밖에 없는 자에게 베풀어주신 영생의 기쁨으로 인해 모든 것을 참고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자고 쉬라고 명하십니다. 주를 위해, 주의 핏 값으로 산 영혼을 위해 섬기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소원을 저버리십니다. 마음을 다해 성품을 다해 뜻을 다해 힘을 다해 달려왔습니다. 이제 목숨을 버리고 싶습니다. 주를 향한 소자의 작은 사랑을 받아주소서.

한 발자국도 더 이상 갈 수가 없어서 서럽게 눈물을 흘립니다. 나의 사랑이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께서 두 팔 벌리고 서신 그 십자가에 매달려서 당신의 고통어린 마지막 호흡까지도 닮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죽음의 자리를 지나 영광의 부활을 본받아 저 영원한 나라에서도 당신의 발을 씻기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당신의 보배로운 피가 뿌려진 섬김의 비밀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답답함보다 내 주 되신 주를 이전보다 더 사랑할 수 없는 것이 속상합니다. 주님의 발 앞에 이 마음을 보입니다. 당신께서도 이 마음을 알고 계십니다. 당신의 마음처럼 죽음을 슬프지 않습니다. 이 땅에서 한 날의 괴로움 속에 아버지를 향한 경외함을 채우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처음 주의 것이 될 때부터 당신처럼 머리 둘 곳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은 속상함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당신의 것이 되기에는 모자라고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당신의 마음처럼 오직 아버지 앞에 있기만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소자의 답답한 마음을 알고 계시기에 당신의 겟세마네로 인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당신께서 몸부림치신 그 언덕에서 당신의 마음을 만나고 쉼을 얻고 싶습니다. 하나님의 큰 사랑이 우리 영혼의 깊은 용서를 이루신 사랑과 순종의 자리에서 영원히 당신의 것이 되고 싶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당신의 것으로 지음을 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영원까지 아니 영원이 지나 또 다신 영원함이 시작된다 해도 나는 당신의 종이기를 원합니다.

아버지께서 인자를 사랑하신 것처럼 그렇게 당신께서도 무익한 종을 사랑해 주십니다. 당신의 그 은혜 앞에서 죽고 영원히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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