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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침묵

거룩한 침묵 주님 앞에 적신으로

이정근 2019.01.04 21:09 조회 수 : 125

 

목회라는 험한 산을 넘으면서 온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넘어야 한다. 살아야 한다. 견뎌야 한다. 한 날의 괴로움을 망각한다. 홀로 울며 지낸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세월이 돌이켜도 난 지금처럼 살아 이곳에 서있을 것을 주께서는 알고 계신다.

주님을 만나 많이도 울었다. 왜 이렇게 슬픈 것일까. 나 영혼의 깊음이 열린 것일까. 아리고 쓰린 마음이 주를 향해 울부짖는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흘러나오는 이 눈물을 주의 병에 담아주기를 청하노라.

주의 머리가 온통 물이 되었던 그 고통어린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당신의 마음을 나는 알아주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다. 욕심이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주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베드로처럼 내 주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다.

내 안에 선한 것이 하나도 없구나. 더 이상 주를 사랑한다고 할 수 없을 때 주께서 내게 물어보신다. 이 세상 누구보다 주를 사랑하고 싶은 소자의 마음을 알아주신 것이다. 잃어버린 한 영혼을 만나 주를 증거 하노라. 주를 향한 사랑을 쏟아놓는다.

주와 함께 한 뒤안길을 더듬어본다. 앞만 봐야 하는데 위만 쳐다봐야 하는데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잔인한 세월 속에 잘라내고 살았던 감각들이 살아날까봐 겁이 나는 것일까. 주의 눈동자 속에서 찾았던 나 영혼을 진정 사랑하노라. 아니 나 영혼을 향한 당신의 사랑 안에 산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텅 빈 가슴처럼 공허함을 견딜 수가 없구나. 어쩌면 이렇게 티끌로 돌아갈 인생이었다. 그런 나를 기억하시고 찾아주시고 사랑해주셨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소자에게 베풀어주신 주의 마음과 사랑을 무엇으로 갚을 수 있을까. 참 마니 용서해 주셨다. 지은 죄가 너무 많아서 허물이 너무 깊어서 나조차 감당할 수 없는 나를 용납해주시고 많이도 사랑해주신다.

그 사랑 앞에 엎드린다. 옛적 엘리야가 영광의 뒤안길에서 죽기를 구한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이다. 그저 적신 일 뿐이다. 주 앞에서 감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주의 눈에는 밤조차 그저 빛과 일반일 뿐이라.

주의 영광 앞에서 감히 아비의 아들이라 칭함을 감당할 수 없는 죄인 된 심정을 알고 계신다. 날 자책하면서 미워하면서 저주하면서 살았던 고통어린 마음을 알고 계신다. 나의 밴 태와 나의 난 날이 없었더라면 존재의 근원을 향한 물음 앞에 주께서는 멈추라고 명하신다.

이제 그만 아파하라고 하신다. 이대로 가면 벼랑 끝이라는 것을 알고 계신다. 잔인하게 살아 견뎌온 삶을 아신다. 누구에게도 이해 받기를 포기한 마음이라도 주께서 끝까지 사랑하신다.

로뎀나무 아래에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이 있으니 나를 향한 처음사랑이라. 만유보다 크신 하나님의 사랑이 나 영혼 속에 깊은 용서가 된 그 은혜 앞에 선다. 그 은혜 안에서 약한 나로 강하게 하셨듯이, 이제 그 은혜 안에서 고슴도치처럼 날 선 인생이 평안과 안식을 구하노라.

감각할 수 없는 냉혈한이 주의 따뜻한 핏물 속에서 녹아지고 싶다. 이제는 약해지고 싶다. 부러지고도 싶다. 아프고 슬프고 괴로워도 그 은혜가 머물렀던 그 자리를 찾아 당신의 큰 사랑으로 돌아가고 싶다.

주 앞에 서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일까. 주님 앞에 내 모습 그대로 돌아가노라. 주의 손으로만 위로받을 수 있는 그 슬픔을 가리고 싶지 않다. 당신의 은혜로 덮은 그 자리는 적신일 뿐이라. 주의 눈동자 앞에서 감출 수도, 가릴 수도 없는 적신으로 엎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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