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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침묵

거룩한 침묵 깊고 긴 호흡(1월 12일)

이정근 2020.01.05 12:44 조회 수 : 107

 

주님의 핏 값으로 산 귀한 양떼를 친다. 주께서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베드로에게 물으셨으나 유구무언이라. 주를 향한 민망함에 주께서 말씀 하신다. “내 양을 먹이라” 계명의 첩경을 열어주신다.

주님의 눈에는 목자 없는 방황하는 양이 그렇게도 불쌍했을까. 자기 백성의 고통과 방황을 짊어지시고 참 목자장이 되신다. 주님의 양떼를 먹이고 돌보는 일 바로 목회다.

나는 목사로써 한 없이 부족한 자다. 젊은 시절 제자사역에 미쳐서 온 힘을 다한다. 방황했던 젊음을 붙들어주신 그리스도의 사랑이 너무 사무쳤기에, 그 사랑이 내 귀를 뚫고 지나가 영영한 종이 되었노라.

그래서 젊음을 볼 때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애타게 부르짖는다. 슬픔에 쌓인 인생을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은 오직 주님의 사랑 밖에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십 년을 채우고 목회라는 멍에를 짊어진다.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떼를 푸른 초장과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지혜가 부족하여 실수도 많았기에 늘 후회와 슬픔뿐이라. 내가 짊어질 수 없을 정도의 무거움이 날 짓누를 때 성도를 원망하기도 했다.

때마다 일마다 부어주신 주님의 은혜가 날 붙들어 주님 앞에 서게 하셨으니 모든 것이 주의 은혜라. 개척한 지도 벌써 십 오년을 채운다. 잠시처럼 느껴진 세월이 이렇게 강물처럼 먼 길을 떠내려 온 것이다.

힘겨움에 쓰러진지 일 년을 채우고 또 일 년을 향해 달려간다. 잠시 목회를 떠나 쉼을 구하지만 마음을 한 순간도 떠날 수가 없구나. 주님의 몸 된 교회와 일체가 된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호흡이 다하는 날까지 목사라는 멍에를 벗을 수 없는 것이라. 어쩌면 죽어서도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목사라는 말이 듣기 부담스러웠던 그 시절이 무뎌지고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다. 여전히 목회를 생각할 때마다 무거움이 밀려온다. 앞으로 가야할 길에서는 후회하고 싶지 않은데 자신이 없구나.

15주년 예배를 앞두고 생각에 빠진다. 성도를 하나님 나라의 도성 곧 천성으로 안내하는 일,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고 예수 이름을 힘입어 생명을 얻게 하는 일, 주님의 살을 먹이고 피를 마시게 하는 일, 율법으로 죄를 깨닫게 하고 진리의 사랑을 알게 하는 일, 어떤 의심하는 자에게 크신 긍휼과 자비를 알게 하는 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심같이 믿음이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는 일, 지치고 고단의 양떼를 발을 씻기는 일, 주리고 목마르고 나그네 되고 헐벗고 병들고 옥에 갇힌 주님을 돌아보는 일, 진리로 마귀를 대적하여 양떼를 보전하는 일, 병든 자를 돌보며 가난한 자에게 양식을 먹이는 일, 마귀의 참소에 빠진 자를 진리로 자유케 하는 일,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게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일,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일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케 하는 일, 아흔 아홉 마리의 양떼를 들에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일, 진리로 미혹된 성도를 돌아서게 하는 일, 성도를 훈련시켜 그리스도의 좋은 군사로 양성하는 일, 고라의 패역 앞에 주님 발 앞에 엎드려 온유함을 징계하는 일,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을 예수의 증인이 되어 세상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심판을 알게 하고 책망을 나타내는 일,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고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 주님께서 주신 복을 나눠주는 일, 주님의 지상명령을 받들어 선교하는 일, 교회들을 돕고 섬기는 일, 주님을 사랑하여 주님의 발을 씻기는 일, 그 발 앞에서 엎드려 나 자신을 쳐서 복종케 하는 일, 그리스도의 희생의 피를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영혼과 육체에 채우는 일, 그리스도께서 원하고 원하셨던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힘쓰고 애써 간절히 기도하는 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은혜의 복음을 위해 목숨의 바치는 일,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고 주께서 주신 결말에 이르는 일, 그리스도의 중매쟁이가 되어 친구의 기쁨으로 기뻐하는 일, 다만 무익한 종의 눈물로 감사하는 일, 목회를 말하려면 시간과 지면이 부족하리라.

발걸음을 멈추고 가쁜 호흡을 몰아쉰다. 시간이 갈수록 평정심을 찾게 되는 구나. 뒤돌아보니 성도들에게 받은 사랑이 너무 크고 귀하구나. 지금도 날 위해 기도해 주는 당신의 사랑이 함께 있으니 외롭지 않은 것이다. 주님께서 부어주신 은혜와 사랑에 감사를 드린다.

열다섯 잰걸음을 멈추고 깊고 긴 호흡을 들이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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