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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침묵

거룩한 침묵 남은 창문

이정근 2022.03.25 12:36 조회 수 : 378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교회로 언제 돌아올지 물어본다. 성도가 보고 싶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눈물을 삼킨다. 지난 몇 년 동안 아무것도 감당할 수 없는 육체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연약한 육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이 또한 주님의 뜻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태어나서 늙어 병들고 흙으로 돌아가는 뜻 앞에 순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하나하나씩 마음을 비웠다. 금방이라도 침상을 들고 일어나고 싶었던 욕심도 비우고, 성도를 섬기고 싶은 소원도 비운다.

주께서 오라 하시면 오고 가라하시면 가는 것이 종이 아니런가. 깊은 밤마다 무익한 종이 엎드려 구한다. 주님의 뜻대로 순종하겠나이다. 날이 선 신경들이 잠잠해지기만 기다릴 뿐이다.

죽어야 산다. 교회와 일체 된 신경을 하나씩 끊어낼 때 참으로 힘겨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평안하더라. 그냥 예수로 살고 싶었기에 앞 만보고 달려온 인생에게 이렇게라도 쉼을 주신 인자의 마음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제 그만 고통 하라고 자고 쉬라신다.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성도를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남아있다고 항변도 했다. 주를 위해 이 목숨을 바치고 싶다고 마지막 힘을 다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주님께서는 그저 믿기만 하라 말씀하신다. 그래서 믿기로 정하니 평안이 밀려오더라.

늘 나보다 다른 사람의 일을 돌아봤던 마음을 알고 계시리라. 내 사정보다 다른 사람의 사정을 생각하느라 쉬지 못했던 마음을 주께서 거둬 가신다. 너만 생각하라신다. 어색한 선택을 명받았을 때는 알지 못했지만 당신의 강권하시는 뜻은 아직은 살아 숨 쉬고 있으라고 하신 것이다.

교회와 성도를 향한 남아있는 후회와 아쉬움마저 죽기로 정했다. 마지막 호흡까지 주를 위하고 싶었던 마음은 당신 앞에 보이고 주님의 뜻대로 순종하련다. 이것이 다음 세대를 향한 첫 발이다.

한 세대는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는 것이다. 주 앞에 엎드려져 있는 동안 다음 세대가 일어날 것이다. 주님 앞에서 성도 앞에서 보여줬던 간절한 몸부림을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한 치 멀리서서 바라보는 그리움으로 남으련다.

교회와의 만남이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허락 안에 있음을 알고 있다(고전16:7). 내가 잠시 성도를 떠난 것은 얼굴이요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사단이 가로막고 있어도 하나님의 허락하시면 다시 기쁨으로 보게 되리라(살전2:17-18).

모든 상황 속에서도 주님의 선하심을 믿고 의지한다. 몸으로 떠나 있으나 심령으로 함께 하여 누구보다 간절한 사모함으로 쓰여 진 책이 서신서가 아니겠는가. 서신서의 축복의 비밀이다.

하지만 교회를 향한 마지막 창문이라도 주께서 닫으라 하시면 이 또한 순종하리라. 하나님의 뜻대로 되기를 구한다. 만날 때가 있으면 헤어질 때가 있고, 헤어질 때가 있으면 다시 기쁨으로 만날 때가 있으리라.

주님을 다시 만날 때는 영원히 헤어짐이 없으리라. 영원한 사귐은 영원한 만남이 아니었던가. 주께서 제자들을 위해 처소를 예비하심도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내어놓으셨다. 당신의 목숨까지 기꺼이 내어주신 그 사랑을 본받아 모든 것을 비운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신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다.

붙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예수로 살고 예수로 죽는 그 길을 따라간다. 나는 죽고 오직 예수만 남기를 간구한다. 후회스러운 기억은 이 땅에 남겨두고 주님을 향한 간절한 기대와 소망만 영혼에 품고 주께 돌아가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어도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행복한 믿음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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